09/10/2017 오후 11시10분 지나는 이시각 시드니의 날씨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여름 태풍이 불어 닥치는 느낌으로 강한 바람이 초저녁부터 불고 있다.
낮 기온은 32도까지 올라서 햇볕에 나서기가 무척이나 더운 날씨였는데 저녁되니까 완전히 다른나라에 놀러온 느낌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참으로 날씨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도 낮기온이 33~34도까지 올라서 무척 더웠다. 집안에서는 에어컨 없이 그런대로 지낼 수 있었는데 저녁에 퇴근 후 들어온 남편은 더위에 몹시 지쳐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면서 남편은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고 했다. 오는 길에 사오려고 했는데 워낙 더위에 지쳐서 그냥 들어온 모양이다. 남편은 곧장 욕실에 사워하러 들어갔다.
남편이 샤워하는 그 짧은 순간에 아들하고 긴급 미팅을 마쳤다. 남편이 샤워를 마치기 전에 얼릉 아들하고 맥주를 사러 가기로 했다.
남편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남편이 샤워하는 동안에 몰래 얼릉 집을 나서야만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맥주 한 잔이 생각난다 하더라도 일부러 아들하고 사러 나가는 것은 반대할 성격이기에 남편이 욕실에서 나오기 전에 얼릉 현관을 나서야 했다.
양말도 신지 못하고 손에 들고 뛰어 나가서 아들 차안에서 신었다. 집 근처에 술 파는 스토어가 없어서 예전에 살던 동네까지 갔는데 맥주가 마땅한 것이 없었다.
남편이 즐기는 것은 호주 VB 맥주인데 캔도 없고 병으로 된 작은 사이즈만 있어서 망설이다가 구입했는데 220미리 사이즈로 되어 있었다.
325미리 캔 사이즈 보다 작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집에와서 오픈하고 깜짝 놀랐다. 태어나서 그렇게 작은 사이즈 맥주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220미리 사이즈를 보고 사면서도 그렇게 작을 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너무 귀엽고 예쁘지만 가정에서 마시는 것은 굉장한 낭비라고 생각된다. 외국은 캔보다 병맥주가 더 비싼데
병이 아까웠다. 더위에 지쳐서 들어온 남편을 위해 맥주와 수박을 사들고 부지런히 오느라 정황이 없었던 것 같다.
호주 VB 병맥주 너무 작은 사이즈로 귀엽고 재미있게 생겼지만 그 보다 더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은 우리 "가족의 사랑" 하는 모습이다.
아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고마웠다. 아빠가 더워서 맥주 한 잔 생각난다는 그 말 한마디에 정신없이 달려나가서 아빠를 위해 맥주와 수박을 사들고 부지런히 달려온 그 마음이 참 이쁘다.
남편이(아빠가) 샤워를 마치기 전에 뛰어 나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양말, 신발도 제대로 못신고 달려 나간 우리 모자의 마음을 남편도 잘 알고 있기에 고마워 했다. 모처럼 함께 맥주 한 잔씩 나누면서 훈훈한 가족의 정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가족의 사랑, 가족의 관심, 그리고 "가족의 정" 에 대해서 다시금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토요일이 되니 시드니 날씨는 완전히 싸늘해졌다. 금요일에 아들과 함께 사온 맥주와 수박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날씨로 일요일까지 계속 이어져 수박은 냉장고에서 빚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시드니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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